수원화성

7월 10일 금요일. 노는 날이라 로드윈 타고 수원에 다녀왔다. 수원 화성(華城)에 아직 가보질 못해서 답사도 하고, 바이크 키로수 올려서 길들이기도 하려고 다녀왔다.

코스는

안양->수원화성->43번국도->광주->남한산성

꽤 오래 타긴했는데 생각보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100km도 올리지 못한듯. 신차사서 이제 300킬로도 안되었으니 길들이려면 아직 멀었다. 적어도 500에서 1000킬로는 해줘야 한다는데... 국도를 달릴때는 뒷차들이 답답해 하는 것 같아서 가끔 8000rpm까지 올리기도 했으나 대체로 7000rpm 이하로 달렸다. 이정도면 잘 길들이고 있는 걸까? 이것도 좀 높은 것 같은데..

수원화성은 18세기 후반 정조가 당시의 북학파들에 의해 들어온 서양의 축성기술을 참고하여 건축한 성이다. 잘 알려진대로 정약용의 거중기 등이 이용되었고, 우리나라 성에서는 보기 힘든 옹성(성문 바깥쪽에 반원의 성벽을 두르는 형태)과 치성(성벽의 일부가 바깥으로 돌출된 형태)등이 만들어져 있다. 옹성과 치성의 필요성은 이미 임난 이후 류성룡이 언급했다고.

수원 시내 도로를 한참 달리다보니 멀리서 장안성이 보였다. 옹성을 갖춘 웅장한 모습. 화성도 수원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통을 위해 일부 성곽이 끊겨 있지만 대체로 전체적인 형태가 잘 복원되어 있었다. 다만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이 규모가 대단한 것 같진 않았는데 성곽 사진 찍는 사람들의 내공을 알만했다. 

화성을 한바퀴도는 열차가 운행중이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거나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도는데 길어도 2~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고. 열차를 타도 괜찮을 만했다. 나는 물론 바이크로 돌다가 잠깐 서장대에 올라갔다 왔다. 화성행궁은 입장료를 2000원 정도 받았는데 최근에 복원한데다 그닥 볼만한 것도 없을 듯 해서 안들어갔다. 대장금같은 포스터가 걸려있고 군관복을 입은 알바생들이 오가는 걸 보니 아이들은 좋아할만한 곳인 것 같지만 난 그닥.. 

배가 고파서 중국집가서 짜장면 먹은 뒤 '수원화성박물관'에 갔다. 여기도 입장료를 2000원 받았는데 좀 비싼 듯 했다. 전시실을 둘러보는데... 전시실이 달랑 두 곳...-_-... 외관은 꽤 커보였는데 전시실이 고작 두 곳이라니. 전시실 규모가 작으니 전시물품도 딱히 일관되지는 못했고, 고서 및 고문서와 도검, 영정 등 유물 일부. 개관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해도 전시규모가 너무 작은 것 같다. 특히 입장료에 비해서. 개인적으로는 사도세자가 영조의 대리청정을 할 때 발급한 '令書'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문서의 크기도 상당하고 '왕세자인(印)'이 찍혀 있는 것이 독특했다. 사람도 거의 없기에 사진 찍으려다... 소심해서 관뒀다. ;;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성곽을 좀 더 둘러본 뒤 광주로 향했다. 수원에서 광주까지는 43번 국도로 곧장 이어져 있다. 수원화성의 북동쪽으로 나와서 43번을 타니 별로 막히지 않고 광주까지 갈 수 있었다. 광주에서 남한산성 가는 길로 들어가니 살짝 추울정도였다. 날도 저물무렵이었지만 산속이어서인지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남한산성 길이 바이크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하다기에 가본 거였는데 산속을 조용히 다니기 좋긴한 것 같은데 다니는 차들도 좀 있고 길이 구불구불해서 좀 위험할 듯 싶었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길 가운데 모래나 자갈 등이 떨어져 있어서 위험하기도 했고. 남한산성은 작년에 도보로 한 번 돌아본 적이 있기에 그냥 곧바로 성남으로 들어갔다. 산성리에서 밥을 먹고 갈까 생각도 했는데.. 그 동네 밥값도 비쌀 것 같아서 패스.

돌아오는 길엔 성남 야탑에서 노무현 전대통령 49재 추모식이 있어서 잠시 앉았다 왔다.


하루 종일 무거운 가방 메고 로드윈 위에 앉아 있었더니 피곤했다.
그래도.. 전국일주도 할만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ㅎ




아래는 사진



화성의 북문인 장안문(長安文). 정조가 화성에 행차할 때 북문을 통해 들어가서 화성의 정문이기도 했다. 옹성을 두른 조선시대 성문의 모습이 새로웠다. 좀 멀리서 찍어야 잘 나올 것 같은데.. 바로 앞이 도로라서.. 귀차니즘이..


화성의 서문인 화서문(華西門). 서문이지만 장안문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장안문에서 화서문까지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동네 어르신들이 많다. 특히 오토바이 타고 오가는 어르신들이...


화성행궁. 정조의 행차시 머물렀던 행궁(行宮) 앞의 신풍루.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때 이곳에서 수원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었다. 정조가 화성을 건설한 것은 사도세자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읍을 옮길 생각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료를 보지 못해서...
내 발이 되준 로드윈과 함께.


성 방어시 지휘소 역할을 하는 화성장대. 서쪽에 있어서 서장대라고도 한다. 몇년전에 화재가 났었다.


사대문 외에 몰래 성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암문(暗文).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八達文). 역시 주변에 도로가 있어 복잡하다.



이것이 치(稚). 효과적인 성벽 방어를 위해 만든 구조물.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는 봉돈. 아래쪽 플레어는 어쩌다 생긴건지..



서울의 사대문, 남한산성, 상당산성, 해미읍성, 낙안읍성... 그리고 여기 수원의 화성.
둘러본 조선시대 성곽들은 이 정도인 것 같다. 그 가운데 이곳 화성이 아마도 가장 웅장한 성이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 성곽은 대체로 산지나 높은 언덕에 축성이 되어서 주변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축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성이 그 구조물 자체가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비해 조선시대의 성은 성벽 자체의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고 구조물도 큰 편이 아니라서 규모가 작아보인다. 반면에 조선시대의 성은 산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축되었기에 방어기능에 있어서는 꽤나 효율적이었을 것이고 또한 백성들의 노역도 덜한 편이었을 것이다. 


예전에 노전대통령도 말했었다. 외국의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그걸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해야 했을 것이 생각나서 부럽지 않다고. 


조선의 마지막 현왕(賢王)인 정조는 수원 화성을 만들고 얼마지나지 않은 1800년, 49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18세기 영,정조의 조선 르네상스는 이렇게 끝을 맺고 세도정치, 쇄국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19세기의 역사가 시작된다. 정조는 조선의 마지막 부흥기를 이끈 영웅이었으나 영웅 한 사람의 힘으로 지탱되는 세상은, 영웅이 사라지면 끝나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19세기의 조선역사는 일정부분 정조의 책임이기도 하다. 영웅 없이 지탱되는 세상. 한 사람의 영웅보다는 여러명의 인재를 통해 지탱하는 세상, 여러 명의 인재보다는 수많은 보통 사람에 의해 지탱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리라 믿는다.

딴길로 새자면.. 노무현전대통령의 업적은 탈권위, 탈권력이라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너무 큰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옳지 못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자신의 권력을 줄이고 나누려고 노력했던 유일한 대통령 노무현. 그것만으로도 그의 집권은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이제 사람들이 또 다른 노무현이 나타나길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력을 계속해서 나누어 모든 국민에게까지 이어지는, 정말 '헌법 1조'가 이루어지는 세상,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by knocking | 2009/07/11 12:36 | 여행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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